

■ 쉬는 공간인가 수용소인가?
구로열차의 숙소는 부족하고, 갱의실 구석에 있는 찢어진 소파만큼이나 물건과 시설도 낡았다. 휴게실이나 탕비실도 제대로 없다. 방이 모자라 휴게실 바닥이나 지부 사무실에서 자기도 한다. 2.5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서너 명이 들어가야 해 제대로 잠을 잘 수도, 편하게 밥을 먹을 수도 없는 참담한 현실. 여기가 과연 쉬는 공간인가, 수용소인가? 피로에 쫓긴 노동자가 어떻게 안전을 제대로 지킬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의 내일, 국민의 코레일’이라지만, 이것이 ‘코레일의 오늘,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 실전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으려면
구로승무에서 지도 교육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지도기관사들이 견습기관사를 상대로 한 달 동안 실전 교육을 해야 한다. 구로승무 특성상 주박지가 많아 교육기간 동안에 지도기관사들은 근무까지 바꿨다. 그런데 사측에서 갑자기 견습기관사들을 1주일 동안 다른 곳으로 보내버린다. 이처럼 견습 기간에 다른 교육을 넣은 것도 문제인데, 견습 기간 전 시운전 단계에서도 교육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이유는 인원이 10명이 오든 30명이 오든 똑같이 시운전을 돌리니 신규기관사 한 명 한 명이 차를 탈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다. 시운전기를 늘리거나 다른 조치가 필요한데, 사측은 그저 시간만 떼우고 지도기관사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 명찰 하나 떼는 게 그리 어렵나
서울지하철은 역 직원의 근무복에서 명찰을 떼기로 결정했다. 앞으로도 승객이 민원 제기 중에 실명을 요구하면 대답해야 한다. 그러나 명찰을 떼는 건 술에 취한 사람이나 악성 민원인에게 시달리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역 근무의 특성을 고려한 조치다. 철도노조도 같은 요구를 해왔지만 철도 사측은 그다지 빠르게 조치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 우리 휴가는 어디로?
7월 22일부로 국가공무원을 대상으로 장기재직휴가가 신설됐다. 10년 이상~ 20년 미만 재직자는 5일, 20년 이상 재직자는 7일의 휴가가 생긴다. 이에 따라 7월 30일에는 기재부의 공공기관 혁신 지침도 개정됐다. 공기업에서도 공무원과 같은 조건으로 휴가 규정을 맞추라는 취지다. 그런데 10월이 다 가도록 감감무소식이다. 통상임금 문제도 그랬듯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변화는 최대한 뭉개고 가려 한다.
 
■ 정권은 바뀌었지만 빼앗긴 건 그대로
2021~2024년 사이 물가는 14% 올랐지만, 공공기관 임금은 고작 7% 올랐다. 실질임금이 7%나 깎인 셈이다. 소비자물가 통계가 실제 체감보다 낮게 잡히는 걸 감안하면, 하락 폭은 더 클 것이다.
인력은 어떤가? 윤석열 정부 때 감축된 1,566명은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 줄어든 임금과 더 적은 인원으로 일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빼앗긴 건 아직 되찾지 못했다.
 
■ 약속 지키지 않는 이재명 정부
지난해 12월 철도노조 파업 당시, 이재명은 파업 중단을 요구하며 성과급 정상화, 고속철 통합을 약속했다. 대선 때 다시 고속철 통합으로 국민편의를 확대하고 안전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집권 130일이 지난 지금, 약속 이행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10월 16일 전국의 철도노동자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약속을 지키라’고 외쳤지만, 예산, 임금, 인력 등 노동조건의 결정권을 틀어쥔 이재명 정부는 들은 척만 할 뿐이다. 우리 노동의 가치를 지키고, 정부에 책임을 물을 힘은 철도노동자 손에 달렸다.
 
■ [철도노조 80년사] 국회를 믿어선 안 된다
  2016년 9월 27일, 서울대병원, 지하철 노동자 등과 함께 철도노동자들이 성과연봉제에 맞서 파업에 돌입했다. 철도파업이 한창이던 10월 6일 공공운수노조 지도부는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간담회를 한 다음 국회 중재 요청을 발표했다. “성과연봉제 유보, 2017년 3월 말까지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선방안 논의”가 골자였다.
  현장 반발이 거셌다. “왜 성과연봉제 철회가 아니고 ‘유보’인가? 3개월 유보하려고 파업했나?” 2013년 SR 설립 반대 파업 때 만든 국회소위도 아무 쓸모가 없었다. 그랬기에 2016년 10월, 노동자들은 국회에 기대지 않고 파업의 힘으로 성과연봉제를 철회시키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