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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철도 구로
 

철도 구로 현장신문 83호


  • 2025-09-29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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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죽음을 막겠다

지난해 89일 구로역 사고로 꽃다운 목숨을 잃은 정석현, 윤원모 동지를 기억하는가? 두 동지의 추모비 제막식이 37() 오후 2시에 철도공사 수도권서부본부 화단 앞에서 열린다. 두 동지를 우리 가슴에 깊이 묻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또 다른 죽음을 막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다시 다짐할 때다.

 

단 한 명의 목숨도 잃어선 안 된다

구로역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 만에 모터카 사고가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삼척에서 30대 초반의 철도 노동자가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야간에 선로 위에서 모터카 아래쪽을 점검하던 중 차량이 갑자기 움직여 끼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작년 한 해만 철도, 지하철에서 노동자 6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여름엔 차량 정비 노동자들의 혈액암 사례가 대대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윤과 효율이 아니라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시하는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해결되지 않은 방 부족

이제 신입 기관사들이 견습을 탄다. 몇 년 전부터 우리는 방이 부족하다고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동기들끼리 한 방에서 쉬거나 하는 등 어떻게든 해결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론 충분히 못 쉴 수도 있다. 여기관사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 방이 계속 부족하다. 이번엔 4층 창고 물품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곳을 여승무원 방으로 바꾸기로 했다. 광운대역은 성북, 구로, 병점이 다 같이 쓰기 때문에 힘들다. 신입 기관사 채용 전에 본사 차원에서 숙소 신축 등 근본적 대책을 세우는 게 과연 불가능할까? 저들에게 노동자를 존중할 마음이 없다는 게 진짜 문제 아닐까?

 

안전을 위협하는 낡은 PSD

대형 사고는 아니더라도 승객이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서 위험한 상황이 최근에 또 발생했다. 센서가 감지하지 못하거나, 카메라 각도상 사각지대가 있거나, 곡선구간이라 우리 차장들이 육안으로 보기 어렵거나 등등 여러 위험 요소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도입한 지 10년 넘어 낡은 스크린도어가 많아서 고장이 안 나는 게 이상한 상황이다. 몸통(메인 프로그램)이 낡았는데 곁가지(센서)만 고쳐선 해결하지 못한다. 특히 외주업체들은 시설 투자에 더 인색하다. 오죽하면 이곳의 스크린도어는 XX이 관리하고 있습니다같은 경고 메시지까지 붙여놨을까.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628일 서울고용노동부 서부지청은 코레일네트웍스 사측의 근로기준법 위반 진정 결과를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 사측은 이 결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공휴일 근무 지정 시 쉬려면 연차를 사용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둥 협박하고 있다. 그런데 서부지청이 판단한 내용을 보면, 결과를 정해놓고 억지로 끼워 맞춘 티가 역력하다. 물론 재진정을 통해 사측의 잘못이 드러나겠지만, 그동안 노동자들은 압박이 심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옳고 반드시 이기는 싸움이니 사측의 억지에 굴복하지 말자.

 

여행은 언감생심?

작년 하반기부터 코레일 자회사 노동자들도 강원도 양양에 있는 낙산연수원을 전화가 아닌 복지몰을 통해 편하게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전국철도노조 자회사 지부들의 공동투쟁으로 얻어낸 성과다. 하지만 여행을 가려면 무엇보다도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물가는 몇 년째 빠르게 오르는데 임금은 제자리고, 적은 인원으로 청소하느라 집 가면 지친 몸을 누이고 쉬기 바쁘다. 여행 한 번 가기가 참 쉽지 않다.

 

대구지하철 참사 22주기

2003218, 대구지하철 참사로 192명이 사망했다. 참사의 일차적인 원인은 한 개인의 방화였지만, 대형참사로 이어진 핵심 원인은 대구지하철공사의 비용 절감이었다. 공사는 비용을 줄이려고 턱없이 싼 가격에 객차 제작을 맡겼다. 그 결과 내장재가 불이 잘 붙는 값싼 소재였기에 화재가 삽시간에 번졌다. 98년 구조조정 이후, 차장 없이 기관사 혼자 위급상황 대처, 승객대피, 사령 교신 등을 모두 해야 한 것도 문제였다.

이처럼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은 공사에 있었다. 그러나 처벌은 기관사, 관제사 등 현장 근무자에게만 집중됐고 회사 책임자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 결과 이후에도 세월호, 이태원, 제주항공 등 대형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비극의 재발을 막으려면 사회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투쟁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스스로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