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배포한 철도 구로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03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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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을 건 합의가 아니라 투쟁
성과급 정상화, 고속철도 통합. 우리가 오랜 시간 싸워왔던 것들이다. 투쟁으로 결국 합의를 이뤄냈다. 정부, 국토부, 공사가 하사한 게 아니라 우리가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다. 하지만 합의의 역사는 핑계, 눈속임, 뒤통수치기의 역사이기도 했다. 예산이 없다, 절차가 복잡하다, 여론이 반대한다 등 저들은 갖은 이유로 시간을 끌고 합의를 뒤엎어왔다. 실제로 성과급이 온전히 지급되고 고속철도가 통합 운영될 때까지 우리는 투쟁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 또한 현장의 문제는 여전히 많다. 인력이 부족하고, 시설이 낡고,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우린 계속 투쟁해야 한다.
■ 벌레 보고 도망갈라
사업소에 비해 주박지는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역이나 위생, 환경 관리에 상대적으로 더 신경을 안 쓰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시설은 계속 열악하고 벌레는 계속 나온다. 야간에 몇 시간밖에 쉬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설이나 벌레 때문에 잠까지 설치면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다. 우리도 우리지만, 특히 이번에 입사한 신규 직원들은 ‘철도공사’에 취업했다는 기대를 안고 현장에 왔을 것이다. 그러나 ‘공사’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열악한 시설과 벌레를 보고 도망가지 않을까. 왜 이런 걱정을 우리가 떠안아야 하는가.
■ 주먹구구 교육도, 닦달도 이젠 그만!
작은 식당이라도 50년 맛집이면 비법 레시피가 있기 마련이다. 수도권 전철 개통 50년이 되도록 교육 매뉴얼 하나 없는 건 이상하다. 지금은 신입 교육이 지도기관사 개인에게만 맡겨져 있다. 매번 다른 사람과 다이아를 교체해가며 신입기관사가 다양한 주박지를 갈 수 있게 배려하기도 한다. 혜택도 의무도 없고 책임감만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소소한 데서부터 체계적인 제도가 미비해서 아쉽다.
물론 매뉴얼로 다 해결되진 않는다. 사람마다 배우는 속도는 다르다. 인력이 부족하다며 빨리 현장에 투입하려 하니 신입기관사 부담만 커진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신입기관사의 숙련도를 우선으로 둬야 한다. 닦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 무엇을 위한 조치인가
최근 승강장 안전문(PSD) 장애 발생 시 역무 노동자는 직접 조치를 하지 말고 건축이나 민간업체에 연락해 기다리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런데 현재 인력으로 과연 가능한 조치일까? 건축이나 민간업체는 원래도 인력이 부족한데, 업무가 늘며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더 길어지고 있다. 그 사이 역무 노동자의 불필요한 대기 시간도 늘어나 인력 부족은 더 심해졌다.
사측이 책상머리에서 내놓은 보여주기식 조치는 형식적 업무만 늘릴 뿐이다.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 코레일네트웍스 서울역 농성장
공공성이라는 이름의 그늘 아래 차별받아온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이 서울역 농성장에 모였다. 노동자들은 위탁비로 받아온 인건비조차 온전히 임금으로 지급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4조 2교대 전환을 위한 인력도 거부하는 기재부의 행태를 고발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공철도를 값싼 외주로 떠넘겨온 간접고용 구조의 문제를 드러내며 직접고용으로 나아가기 위한 투쟁의 길을 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저임금 문제와 철도 외주화 실태를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이 주문이 현장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외침이 서울역 농성장에 울려퍼지고 있다.
■ 임금을 올리려면?
이재명은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은 금지선이지 권장 임금이 아니”라며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에게 최저임금만 주는 관행을 비판했다. ‘20년 일해도 최저임금’인 노동자들에겐 한 가닥 희망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임금은 대통령의 립서비스가 아니라 노동자의 투쟁으로만 올릴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악했고,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2.9%로 역대 정부 첫해 인상률 중 최저 수준이다. 정부를 믿으면 결국 절망하고, 노동자의 힘을 믿으면 결국 희망을 얻을 것이다.
■ 통합해야 할 건 고속철뿐만이 아니다
국토부 업무보고 중 대통령이 철도의 자회사 체제는 “매각을 염두에 둔 조직 분리 아니냐”고 말했다. 90년대부터 시작된 철도 민영화의 끈질긴 역사를 돌아보게 된다. 정부와 사측이 추진한 정책들은 분할 민영화의 준비 단계로 보지 않고선 설명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가 철도 상하분리다. 철도공단과 철도공사가 서로 견제하면서 발전한다고? 업무가 인위적으로 나뉘어 시설 수리 작업 때마다 소통하고 서류 작성하느라 더 번거롭다. 국토부 관료들이 말하는 효율성이란 조각조각 분리해야 민간에 팔아넘기기 좋다는 의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