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시카메라 달 생각 말고 스크린도어나 고쳐라
가산디지털단지역 스크린도어는 거의 매일 오류가 난다. 기관사가 매번 수동 취급해야 한다. 오류 알림이 울리지 않을 때도 있다. 스크린도어 시스템이 정상작동하지 않는 거다(민간외주의 실패다). 사측도 이걸 알고 있다. 그래도 사고 나면 기관사만 징계한다. 스크린도어 오류는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오류다. 진짜 안전을 생각한다면 이것부터 고쳐야 하지만 몇 년째 사측은 기관사만 잡는다. 이런 것만 봐도 감시카메라 달겠다고 안전 운운하는 건 핑계일 뿐이다. 돈 들여 스크린도어 등을 고치기 싫어 기관사에게 책임 떠넘기려고 감시카메라 다는 거다.
■ 일찍 들어가면 뭐하나, 어차피 못 자는데
박다이아 중 11~12시면 들어가는 다이아가 있다. 첫차를 끌기 위해 새벽 4시 전에는 나와야 한다. 그런데 막차는 1시까지 다닌다. 구로기지박이나 부천박 등 선로 옆 숙소에서 자면 열차 소리, 진동 때문에 제대로 잘 수가 없다. 겨울에 추워서, 여름엔 벌레 때문에 못 잔다. 그렇게 “안전, 안전!” 할 거면 열악한 숙소 환경부터 바꿔라. 안전하려면 무엇보다도 기관사들이 잘 쉬고 잘 자야 한다.
■ 구속시간 12시간 넘는데 중간에 쉴 곳이 없다
기관사는 업무 특성상 구속시간이 길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태우고 운전하기에 휴식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쉴 공간이 없다. 동기끼리 네댓 명 넘게, 어쩔 땐 10명 가까이 한 방에서 쉬는 게 최선이다. 사측은 숙소 건물 새로 짓겠다, 주변 건물 더 빌리겠다 등 매번 말은 많았지만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한 게 없다. 인천주재 열리면 괜찮을 거라더니 똑같다. 기관사에게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본사 관리자들은 모른다.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사실을 모르는 자들이 우리 업무나 안전 관련해서 결정하고 지시하는 게 괜찮을까.
■ 감시카메라 반대, 우리가 직접 알렸다
많은 동료가 입법청원 운동에 함께 했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용산역에선 승객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감시가 아니라 시스템 개선이 진짜 안전 대책이라고 알렸다.
생각보다 승객들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우리도 다 노동자인 걸요”, “문제를 기관사에게만 떠넘기는 건 이상해요”라며 그 자리에서 청원에 동의하기도 했다.
맞다. 승객 대다수도 어디선가 일하는 노동자다. 그래서 감시당하며 일할 수 없다는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입법청원 운동은 투쟁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우리 권리는 누가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 우리 힘으로 지켜야 한다.
■ 감시카메라 입법 예고하면 안전운행투쟁
5만 입법청원 성사로 ‘열차운전실 감시카메라는 안 된다’는 노동자 민중의 여론이 확인됐다. 이걸 무시하고 국토부가 감시카메라를 달겠다고 끝까지 고집을 부려 입법을 예고하면, 운전노동자들은 준법투쟁(안전운행투쟁) 등으로 저항할 것이다. ‘우린 (노예처럼) 감시받으며 열차를 운전할 수 없다’는 결의로 똘똘 뭉쳐 싸운다면, 친노동인 척해 왔고 지방선거도 앞두고 있기에 이재명 정부가 결국 꼬리를 내릴지도 모른다.
■ 사용자 책임 회피하려는 철도 공사
노조법 개정으로 철도 공사의 자회사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공동 교섭과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 공사는 자회사 노동자들의 사용자라는 자리가 몹시 못마땅한 모양이다.
그동안 자회사가 무상으로 사용해 왔던 공간과 장비, 시스템 등에 ‘사용료’를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스스로 임대업자를 자처하면서 사용자성을 지우려는 속셈이다. 그런다고 자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주체가 철도 공사라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다. 특히 단결한 노동자 앞에서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 안전한 철도! 그런데 어떻게?
김태승 신임 코레일 사장은 취임사에서 산업재해를 근절하도록 제도와 작업환경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시운행보다 안전운행, 책임추궁보다 원인규명을 우선하는 안전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철도노동자 모두 경험으로 체득한 교훈이 있다면, 안전은 안전시스템 투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당장의 비용이 드는 일은 현장에서 아무리 필요하다고 소리쳐도 개선되지 않는다. 스크린도어부터 공간 부족에 이르기까지, ‘안전’을 ‘비용’으로만 보는 관료들 틈바구니 속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과연 가능할까? 안전한 철도는 사장의 말이 아니라 우리의 투쟁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