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배포한 철도 구로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10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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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운전실 감시카메라에 맞서는 세계 기관사들
지금 영국에선 CCTV가 기관사 얼굴을 계속 촬영하다가 하품하거나 잠깐 졸면 영상 클립을 저장하고 경보를 울리는 ‘피로 안전 장치’ 시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런 감시장치를 모든 열차에 확대하려는 것에 기관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체코 기관사들은 빈번한 차량고장, 출발 전 열차 준비 시간 부족 등 현장노동자들이 수년간 제기해온 문제들을 외면한 채 운전실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에서도 기관사 1,809명 중 1,554명이 운전실 감시카메라 도입 반대 청원에 서명했다. 한국에서 감시카메라를 막으면 다른 나라 기관사들도 큰 힘을 얻을 것이다.
■ 우리 조합원들을 우습게 보지 마라
국토부가 입법 예고를 하면 안전운행투쟁을 하려고 운전지부들이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소수의 지부 간부만 안전운행투쟁을 하면, 사측은 관제실을 통해 그 간부들의 열차만 운행을 중지시키고 그 열차의 승객을 다음 열차에 타게 하는 꼼수로 안전운행투쟁을 무력화하는 걸 꿈꿀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조합원들을 우습게 보는 거다. ‘나는 감시받으며 열차운전 못하겠다’고 조합원들이 모두 다짐하며 안전운행투쟁을 하면, 사측은 헛된 꿈에서 깨야 할 것이다.
■ 가짜 4일제에 맞서 진짜 4일제를 요구하는 영국 기관사들
런던지하철 기관사들은 지금 주 5일에 총 35시간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사측이 최근 주 35시간 근무를 5일이 아닌 4일에 몰아서 하라고 했다. 그러면 최대 교대근무 시간이 하루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어나기에 기관사들은 감당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금도 인력이 2,000명이나 부족해, 기관사들은 초과근로를 하고 있는데 ‘압축 주4일제’를 하면 건강과 수명에 더 해롭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RMT(철도·해운·운수 노조) 소속 기관사들은 사측안을 거부하고 ‘임금삭감 없는 주 4일 32시간 근무’를 요구하고 있다.
■ 이런 환경에서 누가 로컬에 오겠나
1호선의 다른 직종들처럼 로컬 관제 역시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신규 충원이 어렵다 보니 기존 인원이 힘들어도 버틸 수밖에 없다. 노선은 복잡하고 KTX와 전철이 밤늦게까지 수시로 오간다. 야간 선로 작업도 많아 제대로 잠을 자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누가 로컬에 지원하겠나.
자원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결국 사람을 억지로 로컬에 밀어넣고 있다. 근무환경은 그대로 둔 채 사람만 갈아넣는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철도 자회사 통합, 본질 흐리지 말라!
현재 정부가 철도 자회사를 시범 삼아 공공기관 통폐합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데, 졸속 통합 우려가 크다. 자회사는 효율화를 명분으로 철도를 분리·외주화하는 민영화의 초석이었다. 그렇기에 통합의 본질은 단지 자회사 숫자 줄이기가 아니라 원청의 직접 운영 확대에 있어야 한다. 처우 개선 역시 통합 이전에 명확한 기준과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는 시간과 비용이 드는 직접고용과 처우 개선은 뒤로 미룬 채 통합만 한다고 한다. 이는 과거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한계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더 이상 정권의 생색내기를 위해 공공부문 노동자한테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 고속철 통합을 이렇게 써먹는다고?
코레일과 SR 노·사 대표, 외부 전문가 등이 노사정 협의체에서 고속철 통합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정비 부문에서 파업 시 필수유지 비율을 늘리자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이게 뭔 소린가? 그동안엔 철도노조가 파업해도 SRT를 계속 운행해 파업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었는데 통합하면 그게 어려우니, 다른 방식으로 파업효과를 떨어뜨리겠다? 어이가 없다. 철도노동자의 투쟁으로 고속철 통합을 관철하니 이제는 통합 핑계로 파업할 권리를 더 제한하려 한다. 통합 논의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선 안 된다.
■ 이윤이 부른 참사
“사고 방지를 위해 환기시설이나 배관 찌꺼기 제거를 여러 번 요구했지만 비용 부담 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는 모든 현장에 존재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노동자들은 위험을 알고 경고했다. 작은 화재도 있었다. 그러나 사측은 이윤을 이유로 외면했고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
이런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 시설 개선과 찌꺼기 제거에 돈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 사측이 아니라 노동자가 결정할 수 있었다면 진작에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