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막을 수 없는 공격은 없다
9월 24일 세종시 결의대회에서 철도, 지하철 승무노동자들은 운전실 감시카메라를 반드시 막아야한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미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안전검측장치가 있는 상황에서, 감시카메라까지 설치한다는 건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개별 노동자에게만 지우겠다는 말이다. 일하는 공간을(심지어 근무 특성상 끼니를 때우고 생리현상도 해결하는 공간을) 누군가가 빤히 지켜본다는 긴장감이 오히려 안전에 해롭다. 사고 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철도의 고질적인 인력부족, 시설노후화, 인위적인 업무 분리/외주화를 해결해야 한다. 2016년엔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파업투쟁으로 막아냈듯이 철도노동자가 물러서지 않으면 막을 수 있다!
■ 임금과 안전을 위해 힘을 모을 때
인건비가 부족하다며 사측은 임금요구안 14가지 대부분을 거부했다. 투쟁하지 않으면 기본급도 인상하기 어렵다. 정부는 운전실에 감시카메라를 달아 사고의 위험을 높이면서도 사고의 책임은 노동자에게 다 떠넘기려 하고 있다. 사측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해, 조합원 숫자가 총 2,100명 규모인 소수노조들도 재적수에 포함된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하려면 철도노조의 찬성률이 매우 높아야 한다. 15-18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23일 서울역 집회에서 힘을 얼마나 보여주는가에 따라 임금과 안전이 달라진다.
■ 내 휴일은 내 맘대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연차든 다른 휴가든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휴가 사용이 통제되고 있다. 경영진이 대체근무에 필요한 비용(시간외 근로수당)을 지불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량을 비롯해 여러 직종에서 관리자에게 시간외 근로를 줄이라고 지시하고 있다(업무는 그대로 다 시키면서 말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든 간에 우리에겐 자유롭게 쉴 권리가 있다. 우리 휴일에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
■ 작업인접선 차단 합의서
구로역 사고 관련 작업자 안전 확보를 위한 노사합의서가 10월 4일 나왔다. “야간 차단작업은 … 작업구간과 인접한 선로의 해당 구간에는 열차 또는 차단장비 등이 운행되지 않도록 한다.”, “서로 다른 차단작업은 공간적으로 분리” 등이 담겼다. 노측 요구안이 대부분 반영됐다고 한다. 두 청년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수많은 노동자가 싸워서 얻은 성과다. 합의서가 휴지조각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시행 후 보완’이 퇴보가 되지 않도록 계속 경계할 필요가 있다.
■ 진짜 현장 고충 해결할 맘 있는 거 맞아?
코레일네트웍스 사측은 2023년 경영 평가에서 고충 처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통합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명칭 선호도를 조사한다고 한다. 고충 처리를 개선하려면 사측의 억지와 몽니로 1년 이상 중단된 노사협의회와 고충 처리위원회의 정상화가 우선이다. 노동조합 쏙 빼고 사측이 일방적으로 고충 창구를 운영한다고 해서 현장의 고충이 해결되진 않는다. 중요한 건 이름을 그럴싸하게 짓는 게 아니라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어려운 현장 노동자의 고충에 공감하는 것이다.
■ 승진포인트제는 언제 실시하나?
석탄공사랑 꼴찌 경쟁한다고 비아냥을 받을 정도로 코레일 연봉은 중앙공기업 중 꼴찌 수준이다. 정부 가이드라인 때문에 임금은 제자리인데, 5년 연속으로 경평 성과급도 못 받았다. 그런데 사측은 성과급 지급 기준도 20% 삭감하겠다고 해왔다. 이래저래 월급 오를 길이 막히니, 승진을 통해서라도 월급이 오르면 좋겠다고 기대한다. 그리고 승진에서 누락되면 자존심도 상한다.
그런데 사측은 깜깜이 심사를 하고, 현업보다 스탭을 우대한다. 그래서 불투명‧불공정 심사승진에 불만을 느끼고, 경력을 중시하는 승진포인트제가 빨리 이뤄지길 바라는 조합원이 많다.
■ 인원 부족은 위험 요소
JTBC에서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9호선 역들에서 혼자 일하는 역무원을 동행 취재했다. 2인 1조로 근무하는 역에선 동료가 지정휴무나 연차, 교육 등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채워줄 사람이 없어 혼자 근무하는 날이 자주 발생한다. 점심 식사는 다른 역 직원이 근무 지원을 와줘야 먹을 수 있다. 긴급 상황에 대한 각종 매뉴얼도 최소 2인이 기준이라 지킬 수가 없다.
이렇게 혼자 근무할 때 화재라도 난다면? 누군가 쓰러진다면? 사고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철도 경영진들은 인원을 줄여 위험을 키우고 있다. 그래, 저들은 다음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별문제가 없다고 말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