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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현장
 

‘지옥의 사이클’을 거부하는 한화오션 비정규직 노동자들


  • 2025-03-06
  • 2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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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출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페이스북

 

1월 6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거통고 지회)는 을지로 한화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강인석 부지회장의 49일간 단식을 끝내고, 조합원들은 서울에서 새로운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알리는 자리였다. 


하지만 투쟁은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당일 저녁 야외 농성을 위해 1인용 텐트를 설치하는 것마저 사측은 폭력적으로 저지했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 1인은 부상당했다. 하지만 그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지며 시민들의 연대 방문이 급증해 투쟁 기운이 고조됐다. 광화문 광장과 한남동 관저 앞을 이어, 새로운 투쟁 거점으로 한화빌딩이 떠올랐다.


2022년 6월,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란 구호로 대중에게 알려진 투쟁은 2년 반 동안 이어져왔다. 현장도 그대로다. 지속되는 임금 후려치기, 숙련공이 이탈한 자리를 비숙련 노동자로 채우는 일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15년을 주기로 돌아온다는 조선 호황인 '슈퍼 사이클'이 시작됐지만, 한화오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옥의 사이클'에 갇혀 있다.


거통고 지회의 투쟁은 노동악법에 맞선 투쟁이기도 하다. 한화자본은 470억 손해배상으로 노조의 목줄을 계속 죄고, 노조 간부들에게 연대 채무를 지우며, 교섭은 미적거리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연대를 통해 노동악법 철폐, 노조법 개정 투쟁을 전개해 이 모두를 바꿔내야 한다.


하지만 조합의 투쟁이 입법 투쟁에만 한정돼선 안 된다. 현장을 조직해, 자본에 굴하지 않는 튼튼한 노동조합을 건설해야 한다. 1월 13일 한화빌딩 앞 투쟁 문화제에서, 몇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유최안 전 부지회장은 '현장에 돌아가 법과 자본에 굴하지 않는 노동조합'을 다시 조직하고 싶다고 힘차게 말했다.


노동자 시민의 연대가 발전하고, 윤석열 이후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에너지가 곳곳에서 발산되고 있다. 그 힘을 모아내고 진정으로 새로운 세상을 건설할 수 있는 것은 조직된 노동자의 강력한 투쟁뿐이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2호, 2025년 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