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 김충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영결식 (출처: 한겨례)
6월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 씨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7년 전 고 김용균 씨가 사망한 바로 그곳이다. 비상시 기계를 멈출 수 있는 풋브레이크가 떨어져 있었고, 사고를 막아줄 방호 덮개도 열려 있었다. 위험 작업인데도 2인 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혼자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비상정지장치를 눌러줄 사람 한 명만 있었어도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
이런 사실을 인정하기는커녕, 서부발전 사측은 작업자가 ‘임의로’ 작업 중이었다며 사망한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사고 대책위와 교섭하는 자리에서는 불처벌 탄원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금도 원청인 서부발전과 1차 하청인 한전KPS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시간을 끌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다단계 하청구조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 모든 것을 위해서 다단계 하청구조가 만들어졌고 유지되고 있다. 안전장치를 줄이고, 안전인력을 줄여서 돈을 아끼기 위해, 사고가 터져 사람이 죽어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말이다.
사망한 노동자는 서부발전의 1차 하청업체인 한전KPS의 재하청업체인 한국파워O&M 소속이다. 서부발전은 발전소의 필수적이고 일상적인 업무인 발전 설비 정비를 한전KPS에 외주했다. 한전KPS는 다시 2차 하청에 외주했는데, 2차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업무를 직접 지시했다. 2차 하청의 노동자들은 사실상 원청인 서부발전의 일을 하면서도 소속만 2차 하청인 것이다. 인건비 절감, 책임 회피용이 아니라면 이런 하청구조는 존재할 수 없다.
7년 전 김용균 씨가 사망한 이후로도 다단계 하청 구조는 없어지지 않았고, 중대재해처벌법도 누더기가 되면서 또 한 명의 김용균이 나왔다. 발전 노동자들은 또 다른 김용균을 막기 위해 직접고용 투쟁을 하고 있다. 이윤 추구가 핵심인 자본주의는 알아서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투쟁을 통해 다단계 하청구조를 없애고, 직접고용을 쟁취해야 한다. 결국에는 자본주의까지 철폐해야 김용균이 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7호, 2025년 6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