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인구 감소에 대한 해결 방안의 하나로 정년 연장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적지 않은 노동자가 정년 연장을 원한다. 하지만 정년 연장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정년연장을 반대하며 투쟁해 왔다. 정년이 연장되면 나이든 몸으로 더 오래 일해야 하고, 연금도 더 늦게 타기 때문이다. 평생을 일해 온 고령 노동자들에겐 노후에 괜찮은 연금을 타고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여생을 즐길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매우 불합리하다. 젊고 힘이 넘치는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업무보다는 입사경쟁에만 필요한 스펙을 쌓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일터에서 노동자들은 인력감축에 따른 연장 근무와 노동강도 강화로 혹사당하고 있다. 그렇게 장시간 노동으로 혹사당해도 충분한 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기에 노후가 불안정하다. 그래서 노동자들도 정년 연장을 원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당연히 노동자들이 온전한 정년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자본가들은 정년연장 문제에서도 자신의 이윤을 늘릴 궁리만 한다. 자본가들은 숙련된 노동자들을 1년 촉탁직 같은 불안정 고용 형태로 값싸게 부려 먹으려고만 한다. 민주당은 윤석열을 탄핵시키고 자신들을 뽑아준 노동자들의 눈치도 봐야 하지만, 자본가들의 요구를 모른 척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이 발의한 법안에는 이런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65세로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겠다고 하면서도, 60세 이후 노동조건을 노동자와 자본가들이 알아서 정하라고 한다. 얼핏 보면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13%에 불과한 노조 조직률을 보면 자본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13년 60세로 정년이 연장되면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됐고, 이후 노동자들의 퇴직 연령이 2005년 50세에서 2024년 49.4세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임금피크제로 퇴직 전부터 임금이 감소하고, 자본가들의 조기 퇴직 압박 등이 늘어나 정년까지 버티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노동자들이 민주당과 자본가들에게 끌려 다니면 더 적게 받고, 더 많이 더 힘들게 일하게 될 것이다. 임금삭감과 고용불안 없는 온전한 정년연장은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만 쟁취할 수 있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 69호, 2025년 8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