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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자본주의 학교에선 교사가 죽거나 학생이 죽거나


  • 2025-06-26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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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2월 10일 대전의 학 초등학교에서 교사에게 살해된 8세 김하늘 양(사진 출처_연합뉴스)

 

지난 10일 대전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여교사가 1학년 학생을 시청각실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할 학교에서, 그것도 교사가 학생을 살해해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고 있다.


언론들은 가해 교사를 악마화하며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끔찍한 사건의 원인을 개인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원인을 깊이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올바른 해결책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해 교사는 26년 교사 생활 동안 교육감 표창, 교육장 표창 등 9차례나 상장을 탄 바 있고, 영재교육이나 융합인재교육 등 정상적인 교육 업무를 다 해왔다.


그러나 해당 교사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 작년 7월부터는 병조퇴와 병가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 결국 의사 소견을 받은 뒤 6개월 질병 휴직까지 했지만 동일한 의사의 소견을 받고 20일 만에 복직했다. 그러다가 사건 며칠 전에는 컴퓨터를 부수고, 동료 교사의 팔을 비트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 이런 심각한 조짐이 있었다면, 이 교사가 혼자서 학생 한 명을 상대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철저히 세웠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수많은 다른 현장에서처럼 학교에서도 안전제일은 립서비스로 그친다. 가령, 일부 학교는 ‘1담임 1보조교사’ 제도를 운영해 저학년 학생이 수업이나 돌봄교실이 끝나면 학교 밖으로 안전하게 나갈 수 있도록 책임진다. 하지만 다수 학교는 비용 문제 때문에 이처럼 교육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


이런 교육인력 부족 문제는 수많은 교사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킨다. 전교조와 녹색병원이 2023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의 우울증 비율은 일반 성인보다 약 4배 높고, 6명 중 1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이초 사건을 비롯해 5년 반 동안 교사 1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만 봐도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다.


이것은 학급당 학생수가 너무 많아 업무 강도가 높고, 민원 처리 등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서이초 사건으로 촉발된 교사 투쟁으로 교권4법이 제정됐지만 교육 현장에는 변화가 없다. 오히려 정부는 늘봄학교 시행 등으로 업무를 늘렸고, 학생수 감소를 구실로 교육인력을 줄였다.


이런 열악한 노동조건은 교사들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키고,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가 자신을 파괴하거나 학생을 파괴하게 만들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가해 교사를 악마화하거나 ‘하늘이법’ 제정만 이야기하는 것으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학생이 안전하려면 교사가 안전해야 한다. 교사가 안전하려면 인력을 늘리는 등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서이초 사건과 이번 사건이 보여주듯, 인력을 줄이고 남은 인력을 최대한 쥐어짜려 하며, 교사와 학생의 ‘안전’을 입으로만 되뇌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교사가 죽거나 학생이 죽는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3호, 2025년 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