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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이재용 전부 무죄 – 유전무죄의 끝판왕


  • 2025-06-26
  • 1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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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겨울, 200만 명이 광화문에 모여 “박근혜는 퇴진하라”, “이재용을 구속하라”고 외쳤던 것을 기억하는가? 이런 뜨거운 촛불운동 덕분에 박근혜는 탄핵됐고, 이재용은 구속됐다. 그런데 이런 역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판결이 이번에 나왔다. 지난 3일 서울고등법원은 이재용 회장의 19개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등 13명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검찰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이 이재용 승계를 위한 것이고 합병 추진 과정에서 이 회장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하고(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을 저질렀다고 2020년 9월 이 회장을 기소했다.


그리고 2020년 6월 대법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이재용 경영권 승계작업 및 합병이 불법이라고 인정했다. 박근혜는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탄핵됐고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재용도 뇌물공여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고등법원은 합병에 이재용 개인의 지배권 강화라는 목적이 있다 해도 그것이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 합리적, 사업상 목적이 있었고 합병을 통해 경영권 안정 등이 이뤄지면 (구 삼성)물산과 주주에게도 이익이 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게 말인가 막걸리인가? ‘사업상 목적’, ‘경영권 안정’ 같은 자본가 논리를 앞세워 ‘범죄’를 ‘무죄’라고 우기는 것 아닌가? 고상한 척하지만 법원은 자본가의 천박한 하수인이다!


한편, 위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주였던 미국의 사모펀드 운용사 엘리엇과 메이슨은 부당한 비율(0.35:1)로 합병해 손해를 입었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한국 정부는 엘리엇에 1,500억 원, 메이슨에 800억 원 등을 배상해야 하는데, 노동자 민중의 세금으로 이를 충당할 것이다. 또한, 작년 삼성물산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6,895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이재용 등에게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 결국 노동자 민중이 거대한 부담을 다 떠안는 꼴이다.


가난한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엔 평생 쥐어보지도 못할 수십억대의 손배 판결을 내렸던 법원이 이재용 같은 대자본가의 범죄엔 한없이 관대하다. 터무니없이 거꾸로 된 세상 아닌가?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3호, 2025년 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