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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누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가?


  • 2025-03-06
  • 279 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 12월에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했다. 남한이 외세와 야합해 북한 정권 붕괴와 흡수통일을 노리고 있으며, 남북이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고착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사회주의로 포장된 민족주의가 북한 지배집단의 독재를 정당화해온 이데올로기였는데, 여기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민족통일노선을 빼버린 것이다.


주류 언론에선 대체로 북한 지배집단이 남북 간 경제력 격차가 너무 커지자 남한의 영향력(문화 등)을 차단해 내부 단속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좀더 큰 맥락에서 봐야 한다. 북한 지배집단은 수십 년간 계속된 미 제국주의의 봉쇄 속에서 정권의 생존을 일차적인 목표로 삼았다.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제 봉쇄를 풀고 안보를 보장받기 위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이 갈등 상황에 있는 걸 선호했다. 이를 위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남겨놓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일례로, ‘햇볕정책’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2002년 북일정상회담마저 성사되자 중국, 러시아까지 포함해 아시아 지역에 화해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이를 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본 부시는 정확한 증거 없이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있다고 발표해 아시아 지역을 갈등 상황으로 돌려놨다. 2018년 하노이 노딜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 한 북한의 최근 실패 사례일 뿐이다.


북한은 북미 관계 개선의 거듭된 실패와 함께,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중‧러의 갈등이 심해지자 중‧러에 밀착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국가’를 선언한 것이다. 주류 언론의 묘사와 달리, 정권의 생존을 위해 고립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가난한 민족주의 국가 북한이 한반도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은 아니다. 패권을 위해 아시아 지역에 갈등을 계속 조장하는 제국주의 미국이 한반도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이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0호, 2024년 1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