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사의 강대강 대치가 10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5월 24일, 내년 의대 정원을 1509명 늘리는 것으로 사실상 확정했으나, 전공의와 의대생은 여전히 복귀할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 의사 수는 1천 명당 2.6명으로 OECD 평균 3.7명에 훨씬 못 미친다는 통계를 근거로 정부는 의대 증원을 강행했다. 반면 의사단체는 다른 통계를 제시한다. 병상 수는 인구 천 명당 12.8개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으며,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 역시 연간 15.7회로 OECD 평균 5.9회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반된 통계가 가리키는 사실은 하나다.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적은데도, 진료횟수가 가장 많으니 (1인당 진료시간이 짧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만큼 의사들의 노동강도가 높다는 것이다.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 77.7시간이다. 주 1회 이상 24시간 초과 연속근무를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66.8%였다. 이렇게 병원에 전속돼 장시간 노동을 하는 전공의의 비율이 국내 상급종합병원 전체 의사 중 37.8%에 이른다.(그 비중이 약 10% 내외인 미국, 일본 등보다 훨씬 높다.)
물론 5년간의 수련을 마치면 전공의들은 의사자격증을 얻고 기득권층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5년간의 가혹한 노동 착취가 정당해지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전공의의 과로가 심해질수록 의료사고 역시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전공의의 과로와 의료사고를 동시에 막으려면 의사를 늘리는 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방식은 틀렸다. 2010년부터 2022년 사이에 의사를 4만 명 늘렸지만 여러 지방이 여전히 의료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사례처럼, 시장에만 맡긴다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공백은 지속될 것이다. 노동자 민중이 사회적 필요에 따라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공공의료가 대안이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54호, 2024년 5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