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설명: 6월 9일 파주에 떨어진 북한의 오물풍선(출처_연합뉴스)
탈북민 단체가 30만 장의 대북전단을 풍선으로 뿌리자, 북한 정부는 남으로 오물 풍선을 날려 보냈다. 윤석열 정부는 대북확성기 방송으로 이에 대응했다. 더 나아가 2018년 체결한 남북군사합의를 앞으로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중단했던 DMZ 바로 앞 최전방의 육상, 해상 훈련과 공중 정찰을 재개한다는 뜻이다. 북한 정부도 이미 2023년에 같은 내용을 선언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와 자본가 언론들은 긴장 상황이 생길 때마다 북한군의 동향, 훈련 등을 강조하며 오롯이 북에만 책임을 돌린다. 그러나 남한과 미국, 일본 정부가 벌이는 군사적 압박도 만만치 않다. 4월과 5월 두 달 동안 북한을 겨냥한 국군 자체훈련, 한미 훈련, 한미일 훈련 등을 합하면 57일이나 된다. 남한과 서방은 소련 붕괴 이후 수십 년간 북한을 고립시키고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가했다. 그 결과 북한 정부는 외부 위협을 강조하며 더 철저하게 주민들을 장악해왔다. 상대방의 위험을 핑계로 정권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려고 한다는 점에서 남과 북의 지배층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민주당 정권이 장기집권했다면 달랐을까? 과거 민주당 정권 때도 앞에서는 평화를 얘기하면서 뒤로는 전쟁 연습을 계속했고 세계 평균보다 훨씬 높은 국방비 증가율을 기록했다. 햇볕정책을 내세우며 북한을 경제 식민지로 만들려 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좀더 강경한 자본가 정권이 대놓고 호전적 쇼맨십을 벌인다면, 좀더 온건한 자본가 정권인 민주당 정권은 화전양면전술을 구사한다.
전쟁 위기로 사회가 위축될수록 지배계급은 이것을 자국 노동자를 통제하는 기회로 삼는다. 북한 지배체제든 남한 지배체제든 평범한 노동자 민중이 스스로를 해방하려고 일어날 때만 무너질 수 있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55호, 2024년 6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