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과 분당 서현에서 며칠 간격으로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 이후 인터넷에서는 마치 놀이처럼 범죄 예고 글 수백 개가 쏟아졌고 그중 200명 넘게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소총을 든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장갑차가 배치되는 등 전국적으로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강력 범죄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때에는 경찰 무장 강화나 엄벌주의에 호소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쉽다. 그러나 경찰이 아무리 많더라도 테러를 저지르려고 마음먹은 사람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공안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경찰 폭력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서현역 테러 이틀 뒤 의정부에서 사복경찰이 중학생을 범죄자로 몰아 폭행한 사건은 한 예시다. 가혹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한국보다 전반적으로 징역 형량이 높고 사형도 흔히 이뤄지는 미국에서도 테러 범죄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경찰, 법원, 감옥 같은 기관들이 우리 안전을 지켜 주리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공권력은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돈 아끼려고 산재를 예방하지 않고, 과로를 강요하며, 임금 떼먹기를 일삼아도 거의 처벌받지 않는다.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겐 영업 방해, 불법 파업 운운하며 비방하고,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폭탄을 쏟아붓는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은 자본가계급의 지배 도구일 뿐이다. 범죄를 핑계 삼아 이 지배 도구를 강화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45호, 2023년 8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