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설명: 서울대병원분회가 병원에 붙인 파업 안내문(출처: 독자 제공)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의료공공성 강화(어린이병원 병상 수 축소 금지, 의사 성과급제 폐지 등)와 인력 충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10월 11일부터 7일 동안 파업했다. 그 결과 어린이병원 병상 유지 및 34명의 인력 충원 합의 등 일부 성과를 따낼 수 있었다.
이번 파업은 환자의 안전과 노동조건, 의료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 병원 경영진은 병원이 확장되고 환자가 증가하는데도 작년에 노‧사가 합의한 인력조차 충원하지 않았다.
인력 부족은 환자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중증 환자 수가 급증하는데도 인력 충원이 안 돼 환자의 체류시간이 8시간에서 15시간으로 길어졌다. 노조에서 환자의 체류시간을 줄이고 필요한 조치를 빠르게 하려면 응급실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이유다.
노조에서는 짧은 진료와 과잉 진료를 유발하는 의사 성과급제(진료기여수당)의 문제점도 폭로했다. 진료기여수당은 환자 수, 검사 수, 수술 건수가 많을수록 의사가 더 많이 받도록 설계됐다. 이는 환자들을 짧게 최대한 많이 보고, 불필요한 검사를 하게 만든다. 서울대병원의 평균 진료 시간은 고작 5분으로, 많은 환자들이 의사에게 충분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병원 경영진은 수익이 적은 어린이병원 병동까지 축소하려 했었다.
정부와 병원 경영진의 행태는 이들에게 환자의 필요에 맞게 병원을 운영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병원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일하면서 파악한 환자의 필요에 따라 사안들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병원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환자의 적절한 대기시간은 어느 정도인지를 병원 노동자들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정부와 병원 경영진은 앞으로도 호시탐탐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려 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한 병원 노동자들의 투쟁도 계속될 것이다. 이는 의료서비스의 수혜자인 우리 모두를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47호, 2023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