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설명: 2023년 11월 16일 수능 시험장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출처_연합뉴스)
대학 수능 성적이 나왔다. 당초 정부는 수능에서 소위 '킬러문항'을 배제해 사교육을 경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였고, 유일한 수능 만점자와 표준점수 전국 수석 모두 월 450만 원의 강남 대형 입시학원에서 공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킬러문항이 아니다. 무한한 경쟁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가 계속되는 한 대학 서열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학교에 가 졸업 후 많은 돈을 벌 수 있기를 원한다. 기성세대는 이런 인식을 더욱 부추기며, 좋은 대학만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양 학생들을 입시 경쟁 속으로 더욱 내몬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자신의 목표를 잃어버리기 일쑤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의대로 쏠리는 일이 벌어지고, 대학들은 연구와 공부라는 본연의 임무에서 멀어져 '취업사관학교'로 변한다. 대학의 연구개발 예산은 4.6조 원이나 삭감됐다. 최근 가천대가 인문대를 AI인문대학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하는 등 공학계열 학과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동안 인문·사회계열과 자연과학 계열 학과들은 통폐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의 예를 들며, 대학 평준화를 대안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학 평준화 방안은 그 실현 가능성은 둘째 치고, 실현했을 때의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프랑스에서 일반 대학교들은 어느 정도 평준화됐을지라도, 입시 경쟁이 치열하고 학비가 비싼 '그랑-제꼴'이라 불리는 특수 대학들이 정치계와 재계, 학계의 기득권을 재생산하고 있다.
계급재생산의 도구로 교육을 이용하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건드리지 않은 채 입시 체제만 건드리는 것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49호, 2023년 12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