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출처: 배달플랫폼노조
인공지능 챗봇 ‘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의 발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얼마 전 AI개발 초기 투자자이자 세계 최대의 갑부인 일론 머스크는 첨단 인공지능 개발을 6개월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의회는 AI청문회를 개최했고, 유럽연합과 중국도 AI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자들은 AI와 디지털 기술을 통한 노동통제 강화, 심지어는 일자리 상실까지 우려한다. 이미 많은 노동현장에서 AI가 노동자들의 업무를 감시하고 평가하며 노동착취를 강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가령, 배달의민족은 배달 주문을 몇 차례 거절하는 배달 노동자에게 일정기간 배달 일감을 배정하지 않는 패널티를 AI를 통해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이젠 상사가 아니라 AI의 눈치를 봐야 한다’거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해야 하는 빅브라더 시대가 도래한 것 아니냐’며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두려움의 확산에는 자본의 숨겨진 이해관계가 있다. 노동자들이 AI와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노동현장 감시와 통제, 일자리 감축 등을 대세로 인식하고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것, 노동자들의 분노가 자본가들을 향하지 않게 하는 것, 또한 정부가 공정한 관리자로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환상을 갖게 만드는 것.
그러나 문제는 AI 자체가 아니다. 자본가들이 이 과학적 진보를 통해 노동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려 하기보다는 노동자를 더 쥐어짜고, 해고하면서 자기 이윤만 늘리려 한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정당화해주는 체제가 문제다. 노동자들은 과학적 진보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이런 진보를 악용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야 한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43호, 6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