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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실리콘밸리 은행의 붕괴 - "탄광의 카나리아“


  • 2025-02-27
  • 242 회

{‘카나리아’는 대서양 카나리아 제도가 원산지로, 노랫소리가 아름다운 새다. 이 카나리아가 19세기부터 유럽의 광산에서 널리 사용됐다. 탄광 벽에서 무색무취의 일산화탄소가 스며나오면 자신도 모르게 질식사할 수 있기에, 광부들은 일산화탄소에 매우 민감한 카나리아를 데리고 일했다. 그래서 ‘탄광의 카나리아’란 다가올 위험을 먼저 알려주는 대상을 가리킨다. - 옮긴이}


3월 9일,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 은행이라는 주요 지방은행에서 거액 예금자들이 급히 예금 인출에 나서면서 은행 주가가 급락했다. 실리콘밸리 은행은 인출 사태를 감당하기 어렵자 결국 파산했다. 며칠 뒤, 또 다른 주요 지방은행인 뉴욕의 시그니처 은행 역시 비슷한 이유로 악순환에 빠졌다.

금융 시장과 거액 예금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3월 12일 미국 재무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 연방준비제도[미국 중앙은행, 연준]가 서둘러 구제금융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유럽까지 위기가 확산됐다.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 중 하나인 크레디트 스위스에서도 대규모 인출이 발생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완전한 붕괴를 일시적으로나마 막기 위해 크레디트 스위스에 54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긴급 융자를 제공해야 했다. 다음날, 미국의 거대 은행들은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다른 지방은행인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해 3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많은 애를 먹었다.


한없이 치솟는 부채


최고위 금융가들조차도 이번 금융 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 경영자 래리 핑크는 실리콘밸리 은행의 붕괴로 "더 많은 은행 자산 압류와 폐쇄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것은 미국 금융 시스템의 "점진적인 위기"의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최근 은퇴한 세계 최대 헤지 펀드 브릿지워터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이번 은행들의 위기를 "탄광의 카나리아"라고 불렀다.

이런 공황의 뒤에는 세계 경제 전체보다도 훨씬 더 크고, 심지어 계속 증가하고 있는 부채를 안은 금융 체제가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많은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이 미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융 완화 정책이 더 많은 빚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대침체 이후 지난 10년간 연방준비제도는, 적어도 대형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줄 때는, 금리를 0에 가깝게 낮췄다.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은 상황에서 은행이 기업과 소비자에게 돈을 빌려줘 소비와 투자가 모두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달랐다. 자본가들은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임금을 깎아가며 이윤을 짜냈다. 그 결과 소비 및 자본 투자 모두가 정체되거나 줄었다. 대신 그 많은 대출금은 거의 모두 투기로 흘러들어갔다. 기업들은 주가를 끌어올리고 대주주들에게 더 많이 배당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빌려갔다. 이들은 서로 인수합병을 해가며 새로 세운 회사에 막대한 부채를 떠넘기고, 그 부채는 고용과 투자를 줄여서 갚았다. 그 결과 주식, 부동산 등 투기 시장에 돈이 몰려 과열됐고, 물가는 더욱 치솟았다. 이것도 모자라 다른 투기 시장의 흐름을 두고 도박을 벌이는 새로운 금융상품까지 나타났다.

금융계 전체는 공짜나 다름없는 빚을 늘리는 데 중독됐다. 그래서 연방준비제도의 관료들이 자신들이 만든 빚을 감축하겠다고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금융 시장은 혼란에 빠져 추락했다. 연방준비제도는 소위 긴급 대출 정책이라는 것을 지난 10년 이상 계속해왔다. 그동안 은행은 총 1조 달러 이상의 이윤을 내면서 미국 경제를 통틀어 가장 수익률이 높은 산업이 되었다!


규제로 해결될까?


민주당 정치인들과 정부 관료들도 이 모든 부채의 위험을 줄이고자 더 많은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수십조 달러에 달하는 부채가 금융제도의 규제 밖에 숨어있고, 각종 투자 펀드, 사채업자, 사모 펀드, 헤지 펀드 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 부채의 대부분은 매우 복잡한 투기 상품인 파생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파생상품은 말하자면 빚 폭탄이나 다름없다. 경기 침체기에는 이들 파생상품이 폭발해 손실이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는데,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가 이렇게 일어났다. 정부와 규제 당국은 이들 파생상품의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 펀드 상당수가 회계 공시가 의무가 아닌 나라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자산 총액이 500억 이상인 펀드만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회계감사를 요구하는 민주노총은 1년 예산이 그 절반도 못된다. - 옮긴이]

부채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클 뿐만 아니라, 그 상당수가 누가 어떻게 쓰는지를 모른다는 사실이 바로 지방은행 두 곳의 손실이 더 광범위한 규모의 공황을 촉발시킨 이유다. 이는 금융가, 투기꾼, 은행가들 대부분이 자기들의 체제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실, 이는 금융 위기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더 일반적인 경제 위기, 즉 거대 금융 자본이 노동계급에게 그 대가를 완전히 떠넘기려는 진짜 재앙의 시작이다.


출처: 미국 혁명적노동자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3년 3월 20일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