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정순신이 바로 다음날 사의했다. 사유는 아들의 학교폭력이었다. 아들 정씨는 민족사관고 동급생에게 1년간 “제주도에서 온 돼지”, “좌파 빨갱이” 등 폭언을 내뱉고 집단 따돌림을 지속해, 2018년 학폭위에서 전학 처분을 받았다.
당시 정순신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었고 지검장은 윤석열이었는데, 아들 정씨는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라고 주변에 말하고 다녔다. 정씨 말은 사실이었다. 정순신은 자기 특권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아들의 전학을 취소하려 재심, 행정소송, 집행정지 신청 등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섰다. 본인이 아들의 법정대리인을, 사법연수원 동기가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이 때문에 전학 처분 이후 실제 전학까지 무려 11개월이나 지연됐다.
가해자 정씨는 서울대에 입학했다. 피해자는 심각한 트라우마로 병원에 입원했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가해자를 교화하고 피해자의 회복을 도와서 학생을 올곧은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교육의 본 목적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교육은 학생을 무한 경쟁 체제에 길들이고 계급을 재생산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 정씨처럼 인성이 나빠도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면 얼마든지 지배엘리트 코스를 밟을 수 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지금 잘 보여주듯, 자본가 국가는 무엇보다도 노동자계급에 대한 지배 체제를 공고화하려 한다. 그래서 이에 적합한 지배 엘리트들이 관직을 나눠 먹는다. 정순신 임명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자본가 국가의 본성 때문에 숱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본질적 한계다.
자본주의 교육은 인성을 최우선에 둘 수 없고, 자본주의 국가는 부패하지 않을 수 없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40호, 2023년 3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