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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일자리를 위협하는 건 AI가 아니다


  • 2026-01-12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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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언론과 유튜브에선 AI(인공지능)가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대부분 수행하는 AGI(인공일반지능)의 등장으로 인간 노동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노동의 종말’이 멀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은 노동자들을 위축시킨다. 바로 이 점이 사장들이 노리는 효과다. 자본가들은 AI 도입을 핑계로 일부를 해고하고 남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일을 떠넘기려 한다. 노동자들이 이 과정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면 저항이 약해져 해고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2030년대 초 AGI가 등장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AGI가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즉, AGI 도래 시점에 대해 전문가들도 견해가 다르며, 아직 검증된 결론은 없다.


그런데도 기업과 언론은 마치 곧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할 것처럼 과장된 이야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인간의 지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수백만 년에 걸친 생물학적‧사회적 진화의 산물인 인간 지능은 약 1,000억 개의 뉴런(신경세포)이 복잡하게 얽힌 두뇌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인류는 환경의 제약 속에서도 이를 이해하고 활용해 문명을 형성해왔다. 노동 역시 사고뿐 아니라 신체 활동, 감각, 상황 판단, 협업 등을 포함한 복잡한 과정이다. 따라서 AI가 인간 지능의 일부 기능을 흉내 내는 것과 노동 전반을 대체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문제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전망이 지금의 해고와 노동조건 악화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된다는 점이다. 콜센터에서는 AI 상담 시스템 도입을 핑계로 인력을 줄이고 외주화한 뒤, 노동자들에게 더 적은 임금으로 더 많은 콜을 처리하게 한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은 기술적 한계로 AI가 인간 상담사를 대체할 수 없으며, 고객 불만과 복잡한 상담을 떠안아 오히려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이런 사례는 여러 산업에서 반복되고 있다.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 기술을 누가 어떤 목적을 위해 도입하고 활용할 것인가다. 일자리가 위협받는 건 기술 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자본가들이 이윤을 위해 내린 선택의 결과다. 따라서 우리는 자본가계급에 맞서, AI가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강도 완화, 더 안전한 노동조건을 만드는 데 쓰이도록 요구하며 투쟁해야 한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73호, 2025년 12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