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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쿠데타의 뿌리는 부르주아 국가기구에 있다


  • 2026-01-12
  • 9 회

특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은 정권 초기부터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군 지휘부와 긴밀하게 소통해 왔고, 최소 2023년 10월 이전부터 계엄령과 군사쿠데타를 준비했다. 특히 북한의 군사행동을 유도해 전시 또는 준전시 상황을 만든다는 목적으로 휴전선 너머로 드론을 보내는 도발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


민주당은 2차 내란 특검, 내란 전담 특별재판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왼쪽의 좌파 세력들은 구체적인 내용은 다를 수 있겠으나, 특검이나 특별재판부 등의 조치를 좀 더 강하게 밀어붙여 내란을 청산하자고 주장한다. 그런데 내란을 청산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 재해가 일어나면 일반적으로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재발방지책 수립의 단계를 밟는다. 그러나 군사쿠데타의 재발을 완전히 방지한다는 것은 노동자 계급이 권력을 잡기 전까지는 불가능하다.

 

“모든 연대에 선거로 병사위원회를 만들고, 병사위원회가 무기를 관리하며, 모든 정치행위는 병사위원회의 지도를 따른다.” 이것은 1917년 2월에 혁명적 병사들이 채택한 ‘명령 1호’인데, 이런 혁명적 방침이 살아 숨 쉴 때만 군사쿠데타를 막을 수 있다.


쿠데타라는 수단은 그 자체로 평상시의 법률과 제도를 거부하는 행위다.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문은 합법적 요건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윤석열만 해도 2017년 박근혜의 계엄령 검토 문건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다음번 쿠데타가 있다면 그 역시 윤석열 쿠데타에서 교훈을 얻고 허술하지 않게, 즉 처음부터 물리력을 강하게 행사해서 확실하게 진행하려 할 것이다.


계엄령 같은 방식이 아니더라도 부르주아 국가기구가 쓸 수단은 많다. 민주주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경찰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가하는 탄압을 보자. 학살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기만 해도 테러리스트 혐의로 체포된다. 문재인, 윤석열 정부 때 공히 발생한 각종 ‘간첩단’ 사건을 보자. 남한 정부가 북한 정부와 대화하는 건 정상적 활동이지만 허가받지 않은 민간인이 북한 정부와 대화하는 순간 간첩으로 찍혀 감옥에 갇힌다. 오늘은 일부 반미 운동가를 향한 탄압이 내일은 지배계급에 저항하는 어떤 세력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 시대”라고 해도 “독재 시대”에나 일어난다고 여겼던 일들이 계속 나타난다. 부르주아 국가기구의 근본 목적은 자본주의 질서를 지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라면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수단을 넘어서는 탄압도 언제든 고를 수 있는 선택지다. 윤석열 계엄령 시도는 그중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얼핏 보여줬을 뿐이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73호, 2025년 12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