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3일, 이재명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했다. 정유사의 공급가격 상한을 리터당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으로 설정한 것이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에 정부가 석유 가격에 직접 개입했다.
자본주의에선 자본가들이, 특히 독과점 자본가들이 이윤을 위해 상품 가격을 좌우하기도 한다. 한국 주유시장에서도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자본이 가격을 주물럭거린다. 이들은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로켓’처럼 빠르게 가격을 올리면서 내릴 때는 ‘깃털’처럼 천천히 내려 그 차이만큼 이윤을 챙겨왔다. 1997년 가격 자유화 이후 휘발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온 것은 왜 자본가들이 그토록 ‘자유’를 원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선 정부가 거대자본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 미국은 1973년, 헝가리는 2021년에 유가를 통제하려 했으나, 이윤을 침해당한 자본가들의 공급 거부로 실패했다. 한국에선 그런 식으로 실패하지는 않을 것 같다. 세금으로 정유사의 손실을 어느 정도 보전해 주려 하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자의 세금으로 자본가의 이윤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정유사 횡재세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정유사들과 협조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이 정부의 본심을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는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을 때려잡을 것처럼 쇼를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지배자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법을 지키라고 자본가들한테 읍소하는 것뿐이다.(이번 석유 최고가격제는 1970년에 박정희 정권이 만든 석유사업법에 기초해 시행됐다.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할 의무가 없는데도 이재명 정부는 손실을 일정하게 보전해 주려 한다.) 과거 정부들이 친기업 법조차 안 지키는 자본가들을 묵인해 왔기에, 준법 요구라는 당연한 행동조차 파격적으로 보일 뿐이다.
가격 통제가 자본가의 이윤 추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역사가 반복적으로 증명해 왔다. 가격을 누르면 자본가들은 공급을 줄이거나 손실 보전을 요구해 결국 노동자의 세금으로 이윤을 보장받는다. 석유를 사회 전체의 필요에 따라 합리적으로 생산하고 분배하려면, 이재명 정부 같은 친기업 정부가 아니라 자본가 이윤보다 노동자 생존권을 중시하는 노동자들이 권력을 잡고 석유를 통제해야 한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 서울 76호, 2026년 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