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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이 끓어오르고 있다. 우리는?


  • 2026-10-24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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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6년 10월 21일

열악한 학교, 높은 물가, 비싼 주거비

프랑스에선 고등학생들이 먼저 일어섰다. 9월 중순 파리의 가난한 교외에서 시작된 학교 봉쇄와 시위는 10월 초엔 전국 1천 곳이 넘는 학교로 번졌다. 교육환경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한 반에 35명씩 빽빽이 앉는 학교가 많다. 학생은 2008년보다 25만 명 늘었는데 교사는 오히려 줄었다. 지붕은 새고 쥐가 복도를 뛰어다닌다. “여름엔 쪄 죽고, 겨울엔 얼어 죽을 판”이라고 학생들이 말한다. 경찰은 손을 날려 버릴 만큼 강한 진압용 수류탄과 최루탄으로 맞섰고, 10대를 5천 명 넘게 체포했다. 그래도 학생들은 계속 싸워 왔다.

10월 17일엔 고물가에 지친 노동자들이 합류해 전국에서 50만 명 넘게 거리로 나왔다. 식품 물가는 10년 사이 35% 올랐는데 기본급은 겨우 24% 올랐다. 주요 노조들은 11월 5일 전국 총파업을 예고했다.

스페인에선 집이 문제다. 87세 할머니는 월세가 500유로(약 75만 원)에서 2,650유로(약 400만 원)로 뛰자 70년 넘게 살아온 집에서 들것에 실려 쫓겨났다. 투쟁 덕분에 퇴거는 취소됐지만, 그녀는 얼마 뒤 병원에서 숨졌다. 마드리드에선 평균 임금의 70% 넘게 월세로 내야 집 한 채를 빌릴 수 있다. 분노한 사람들은 광장에 천막을 쳤다. 마드리드에서만 수십만 명이 행진했고, 양대 노총은 14년 만에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탈리아, 벨기에, 포르투갈, 아일랜드에서도 학생과 노동자들이 거리로, 파업으로 나섰다.

공통 배경은 긴축이다. 프랑스 정부는 재정 적자를 메운다며 교사 정원을 줄이고, 공공부문 인력과 연금까지 깎으려 한다. 그러면서도 기업 이윤에 매기려던 추가 세금은 20억 유로(약 3조 원)나 줄여 줬다.

먼 나라의 남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스 학교 사정이 딴 세상 이야기 같지만, 2025년 OECD 조사에서 ‘교사가 부족해 수업에 지장이 있다’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 비율은 프랑스 45%, 한국은 오히려 56%였다. 시설 부족을 꼽은 비율도 프랑스 25%, 한국 41%였다. 지난해 중학교 학급의 38.8%, 고등학교 학급의 25.7%가 학생이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이었다. 경기도에서만 비 새는 교실을 고칠 방수공사 대기 건수가 1천 건이 넘는다.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든다는데도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과 낡은 교실은 그대로다.

물가는 뛰는데 임금은 기어간다. 9월 기름값은 14.8% 올랐고, 실질임금은 4월부터 넉 달 연속 뒷걸음질쳤다. 그런데 내년 최저임금은 고작 3.7% 오른 1만 700원, 월급으로 223만 원이다.

집은 더하다. 서울 대학가 원룸의 월세와 관리비는 한 달 70만 원이 넘는데,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의 한 달 수입은 60~70만 원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0만 원을 넘어섰고, 서울 청년의 80%가 세입자다. 월급은 물가를 못 따라가는데 아이들 학원비와 대출 이자는 꼬박꼬박 빠져나가고, 청년 취업자가 47개월째 줄어드는 지금 다 큰 자녀의 일자리와 월세까지 부모가 걱정해야 한다.

학원 대신 거리로, 투잡 대신 투쟁으로

그런데 우리는 각자 버틴다. 공교육에 불만이 있어도 학교를 고치라고 집단적으로 요구하는 대신 더 좋은 학원을 찾는다. 지난해 사교육비는 27조 5천억 원이었다. 소득 하위 20% 가구는 소득의 8.4%를 사교육비에 쏟았다. 상위 20% 가구(5.1%)보다 더 무겁다. 임금이 모자라면 잔업과 특근을 늘리고, 퇴근 뒤엔 대리운전과 배달을 뛴다. 그래도 물가와 월세, 집값은 또 오른다. 빚내서 주식에 뛰어들었다간 빚더미에 올라앉기 십상이다. 각자도생은 출구가 아니다.

교사가 모자라면 “교사를 보내라”고 요구하는 프랑스 고등학생들처럼, “기름값을 잡고 임금을 물가만큼 올려라”고 외치는 프랑스 노동자들처럼, “투기가 아니라 살 집을 원한다”고 항의하는 스페인 민중처럼 우리도 요구하고 나서야 한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하다. 교사를 늘리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라. 물가 오른 만큼 임금 올려라. 월세를 묶고, 싸고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려라. 자본가들과 정부가 우리 요구를 외면한다면, 모든 걸 생산하는 우리 노동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싸워야만 존중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