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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AI 속도 조절, 누굴 위한 브레이크인가


  • 2026-11-07
  • 2 회


지난 9월에 미국 기업 앤트로픽의 CEO인 다리오 아모데이가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고 제안했다. OpenAI의 샘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 등도 곧바로 호응했다. 가속 페달을 가장 세게 밟아 온 자본가들이 브레이크를 밟자고 외친 것이다. 이유는 ‘AI가 인류를 위협하고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들은 정말 인류를 걱정하는 것일까?

아모데이는 선두 기업들이 공통 안전 기준과 개발 속도 제한을 논의할 수 있도록 반독점법을 적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소수 기업이 기술 발전의 규칙을 정한다면 누구에게 유리할까? 이는 후발 기업의 추격을 막고, 선두 기업의 지위를 굳히려는 것이다. 경쟁을 기업 간 협정으로 제한하는 것은 레닌이 분석한 카르텔의 논리와 같다.

투자와 불확실한 이윤 문제도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지만, 투자에 걸맞은 이윤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따라서 속도를 공동으로 늦춰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선발기업들의 우위는 그대로 지키고 싶은 것이다.

아모데이는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도 제안했다. AI 속도 조절론은 미중 기술경쟁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속도 조절에 반대하는 트럼프 정부나 엔비디아는 어떤가? 반도체를 판매해야 하는 기업(엔비디아)과 중국을 이겨야 하는 미국 정부의 ‘가속론’도 이윤과 기술 경쟁의 논리에 묶여있다. 한국 정부의 ‘AI 3강’ 주장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들 모두 노동 문제는 외면한다. 이들이 말한 위험요소엔 AI 관련 대량해고나 노동강도 강화는 없다. 사실 노동자 계급에게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다. 누가 무엇을 위해 이 기술을 통제할 것인가다.

 올해 상반기에 미국 소재 기업들이 약 44만 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약 10만 명(23%)은 감원 사유가 AI였다. 자본가들이 AI 도입을 인력 감축과 연결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들이 개발 속도를 제한한다고 해서, 대량해고와 노동강도 강화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 계급은 자신의 요구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 일터의 AI 도입은 노동자의 동의 아래 이뤄져야 한다. 생산성 향상의 성과는 해고가 아니라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돌아와야 한다. 기업은 위험 정보와 회계장부를 공개해야 한다. 인류가 함께 만든 이 위대한 기술을 노동자 착취를 강화하고, 이윤을 향한 통제 불능의 경쟁과 파괴적인 패권 다툼의 도구로만 사용하는 한 줌 자본가들과 그 국가들에 맡겨 둘 순 없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83호, 2026년 10월 19일